7월 16일 한마음선원 안양본원서 개최
김용표 동국대 명예교수는 종교다원주의 관점에서 작금의 세계 갈등 해법이 있음을 들고, 한마음으로 회통하는 대행 선사 가르침이 이러한 종교간 대화에 새로운 비전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원효 스님의 일심사상과 같이 대행 선사의 한마음 사상은 이웃종교를 가장 넓게 포용할 수 있는 바탕과 체계를 갖춘 사상이 되었다. 회통의 모습에서 새로운 종교간 대화의 비전을 찾을 수 있다.”
대행 선사의 가르침 속에 함축된 종교관을 현대 종교다원주의 담론과 관련해 탐색하는 발표가 진행돼 눈길을 끈다.
한마음선원(이사장 혜수) 부설 대행선연구원(원장 혜선)은 7월 16일 한마음선원 안양본원 3층에서 제12회 계절발표회를 개최했다.|
이날 발표회에는 김용표 동국대 명예교수가 ‘묘공 대행의 이웃 종교관과 종교다원주의’를 주제로 발표하고, 허우성 경희대 명예교수, 김호귀 동국대 HK교수가 논평했다.
이어 조윤호 전남대 교수가 ‘화엄·유식·선의 관계론 재고’를 주제로 발표했으며, 부산대 교수 도업 스님과 박보람 충북대 교수가 각각 논평했다.
학자들이 계절발표회에서 활발한 토론을 이어가고 있다. 이날 발표회에는 종교학 권위자들이 대거 참여했다.
배타성 배제한 다원주의 성격 지녀
먼저 김용표 동국대 명예교수는 ‘묘공 대행의 이웃 종교관과 종교다원주의’에서 대행 선사의 가르침 속 총 8가지 측면서 다원주의 성격이 있음을 분석했다.
김 명예교수는 △종교가 아닌 생명과 삶의 진리로 종교를 제시한 점 △모든 성인의 진리를 한마음으로 회통하여 이해하고자 한 점 △부처님 지혜에 입각해 대승 공사상의 절대 진리 개념서 벗어난 열린 종교관인 점 △한마음 중심주의가 현대 다원주의 사상가인 존힉의 종교다원주의와 구조상 유사한 점 △무조건적인 타종교 수용이 아닌 한마음 안에서 회통하는 다원적 포괄주의인 점 △대행 선사의 기독교 해석이 신의 내재성을 강조하는 신비주의 사상과 유사한 점 △종교간 대화에서 외면대화보다 내면적 심층대화의 방법을 제시한 점 △대행선사의 출현으로 새 종교적 패러다임 전환을 이끈 점을 예시로 들었다.
김 명예교수는 “대행 선사는 부처님과 역대 선지식들의 포용적 이웃종교관을 계승하면서 사대성인들의 가르침이 한마음에 있다는 ‘한마음 종교 기반론’을 제시했다”고 말했다. 이어 김 명예교수는 “이러한 대행 선사의 종교인식은 현대의 대표적인 종교사상가인 존힉이 제창한 종교다원주의와도 맥락을 같이한다. 정교한 이론은 전개하지 않았으나 그 취지는 비슷하다. 불교 테두리도 초월하는 열린 진리의 지평이 있음을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마음선원 부설 대행선연구원은 7월 16일 제12회 계절발표회를 개최했다. 이날 발표회는 코로나 확산으로 인하여 유튜브 생중계를 통한 온라인 중심으로 진행됐다.
한마음으로 모든 사상 회통
김 명예교수는 대행 선사의 ‘예수의 부활’을 해석한 법문에서 열린 지평이 드러난 부분의 예시를 찾았다. 대행 선사는 2017년 국외지원법회에서 부활절에 대해 “그 의식 자체 영혼만은 그대로 살아 있기 때문에 영원히, 오늘이 오늘이야. 여러분이 지금 살아계시는 한 예수도 부처도 다 살아있는 겁니다. 오늘도 부활절, 내일도 부활절이에요”라고 설했다.
이에 대해 김용표 명예교수는 “결국은 육신의 부활이 아닌 생멸을 떠나 한마음으로 사는 것, 생사를 여의는 것이 참 깨달음이자 부활이라고 해석하는 것”이라며 “틱낫한 스님, 달라이라마도 강조하듯 결국 지금의 삶을 어떻게 사는지로 돌아오게 된다”고 말했다.
김용표 명예교수는 “대행 선사의 사상 속에는 각 종교의 뿌리가 이어져 있음을 들고, 즉 한마음이라는 큰 바다에서 모든 종교를 회통하고자 했다”며 “외적 종교보다 내적으로 상대방 종교의 깊이와 높이를 꿰뚫어보며 그 안에서 현현된 한마음을 찾고자 했다”고 말했다.
김 명예교수는 세계 종교 갈등 해소에도 이러한 가르침이 적용될 수 있음을 제시했다.
김 명예교수는 “대행 선사가 추구한 종교 대화는 상대 종교에 대한 지식의 교환이나 비교의 차원을 넘어서는 심층적 영성의 대화”라며 “종교가 다른 상대를 만났을 때도 한마음과 더불어 우주 만물이 하나가 되어 만난 것으로 생각했다. 이는 다른 종교와의 관계에서 구체적인 답을 내려준다”고 평가했다. 끝으로 김 명예교수는 “대행 선사의 사상은 한국종교사에서 위상을 높이기 위해 흔히들 있는 기존 전통과 인위적으로 연결하려는 시도보다 독자성을 보이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며 “다종교사회에서 성숙한 종교인을 위한 종교 대화에도 새로운 비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윤호 전남대 교수는 여래장선에 대한 개념을 설명했다.
화엄+선 해석, ‘여래장선’ 제안
조윤호 전남대 교수는 ‘화엄·유식·선의 관계론 재고’에서 화엄사상과 유식, 선사상의 교집합에 대하여 고찰했다. 조 교수는 발제에서 중국 화엄교학의 시대적 흐름 및 구분과 함께 선종과의 연관 속에서 이어진 연구 흐름을 짚고, 특히 일본학계의 요시즈가 설정한 화엄선에 대한 사상적 의미와 위상을 확인했다. 이어 그 한계점을 지적, 화엄과 선의 만남에 대한 새로운 지평으로 ‘여래장선’을 제안했다.
조 교수는 “종밀의 경우 원각사상은 교와 선에서 이념적 융합체로 의미를 갖는다”며 “종밀의 사상을 대변하는 ‘원각’에 주목하면 원각선이 유효하지만 종밀이 원각도 화엄도 여래장 이념으로 수렴해 파악한다는 점에서 여래장선이 보다 적절하다”고 주장했다.
한마음선원 이사장 혜수 스님은 종교간 대화를 통한 세계평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불교 넘어 세계종교대화, 평화에 기여”
이날 계절발표회 개회식에서 이사장 혜수 스님은 이날 발표가 종교간 대화로 세계 평화에 이바지하고자 하는 한마음선원의 방향과도 맞닿아 있음을 말했다. 이에 발맞춰 한마음선원은 대행 선사의 열반 10주기를 맞아, 9월 23일부터 25일까지 세계 각국 대사들을 초청하는 국제학술대회 ‘뉴노멀 시대, 지구촌 공생의 삶 : 마음, 과학, 종교’도 준비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 혜수 스님은 “5월 진행된 대행선사 열반 10주기 기념 국제학술대회에 참여한 세계불교학자들의 발표 내용도 세상의 고통을 함께 보고 마음을 모으는 것이었다. 이렇게 학술대회서의 다양한 주장도 결국 하나의 마음으로 통하는 것을 느낄 수 있다”며 “오늘 발표된 종교다원주의에 대한 내용이 향후 세계종교의 대화에 어떤 기여를 할 수 있는지를 알려 준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계절발표회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발표자를 비롯한 관계자 소수만 참석한 가운데 유튜브 채널을 활용한 온라인 생중계로 진행됐다.
노덕현 기자 noduc@naver.com